여자친구를 처음 사귄 건 서울에 올라온지 3년째 되는 해였다. 누군가 진학하지 않은 원인을 나에게 물어보면 우스개소리로 연애가 하고 싶었다고 대답하곤 했다. 물론 100% 진담은 아니지만 100% 농담도 아니다. 그만큼 소중한 내짝을 찾고 싶었다. 내 마음의 순수함이 더 이상 사라지기 전에.

'순수함'은 때묻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지만 그 상태는 가장 변색되기 쉬운 상태이기도 하다. 내가 지키고 싶었던 순수함은 '나 바쁠 땐 무관심하다가 한가해지면 놀아달라고 꼬장부리기', '여친과의 발전적인 미래 생각보다는 내 앞길만 걱정하기', '이벤트 죄다 생까기' 등 나열하면 백가지도 넘을만큼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는, 약간의 찌질함을 곁들인 미숙함이었다. 지금이라고 많이 좋아진 건 아니지만.

간접적 혹은 직접적인 형태를 통해 연애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는 건 용기이다. 하지만 세상에 용기있는 자만이 사는 것이 아니듯이 체념이라는 탈을 쓴 이해와 배려도 함께 배운다. 너무 보고싶고 외로워서 내 옆에서 꼼짝못하게 하고 싶은데,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기적인 체념의 탈을 쓴 이해와 배려말이다. 나의 이해와 배려는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타이밍이 어긋난 서로의 넘쳐나는 이해와 배려는 자칫 무관심이 될 수 있어서 문제다. 이런 취지에서 적절한 꼬장은 커플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 않나 싶다.

앨리 맥빌 시즌1 마지막 에피소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. 1년을 되돌이켜봤을 때 기쁨이든 슬픔이든 눈물이 나지 않으면 1년을 헛되게 보낸 것이라고. 앨리는 그 동안 자신을 거쳐갔던 남자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. 내가 앨리 맥빌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, 외로움과 연애라는 범주 아래 다양한 상황 속에서 울고 웃는 앨리가 꼭 나같기 때문이다.

1년이 다 지나간다. 앨리가 일하는 회사 Cage & Fish의 Founder 피쉬가 한 명대사 '살아온 과정이 어찌되었던 마지막에 사랑받는 자가 이기는 사람'

올해 이기고 싶다.

2006/12/03 04:54 2006/12/03 04:5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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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비밀방문자 2009/01/19 13:19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  댓글쓰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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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2. 2009/05/06 14:47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  댓글쓰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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